논문리뷰 (조직루틴): Organizational Routines: A Review of the Literature (Becker, 2004)
Summary
본 논문은 Nelson & Winter가 도입한 루틴의 개념이 20년간 어떠한 연구를 거쳐서 이론적으로 발전해왔고 실증되어왔는지를 정리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현재까지 진행된 연구가 (1) 루틴을 무엇이라 정의하고 있는지, (2) 루틴이 조직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다만, Becker는 선행연구들 사이에서 충돌하고 있는 특징 또는 개념에 대해 무엇이 옳다고 주장하지 않고, 논의의 전개과정을 그대로 보여주고자 했다.
❍ 루틴의 특징 (정의)
저자는 루틴을 정의하기 위해 루틴이 갖고 있는 특징들을 일곱가지로 정리하였으며, 여기에는 패턴(pattern), 반복(recurrence), 집단(collective), 의식없는 vs 의식있는(mindlessness vs effortful), 과정(processual), 맥락(context),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e), 촉발(trigger)가 해당한다. 먼저 패턴은 루틴의 가장 특징적인 요소이다. 루틴은 행동패턴(activity pattern)과 인지적 패턴(cognitive pattern)으로 구분된다. 전자는 반복적으로 상호작용하는 패턴(recurrent interaction pattern; behavior pattern) 또는 집단적·반복적 행위 패턴(collective recurrent activity pattern)으로 정의될 수 있고, 후자는 인지적 규칙으로, ‘A의 상황이면, B를 한다’와 같이 명시적 규칙이 후자에 해당한다.
두 번째 특징인 반복은 당위적이기 때문에 논의에서 제외되었으며, 세 번째 특징은 루틴이 집단적 요소를 갖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첫 번째 측면은 다양한 조직 구성원이 루틴에 참여하며, 따라서 조직 루틴은 조직 구성원들에게 배분된다는 것이다. 이때 조직루틴은 분배(distribute)되기도 하고 분산(disperse)되기도 하는데, 루틴의 분배란 모두가 동일한 루틴 지식을 갖는 것을 의미하고, 분산이란 서로가 다른 지식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분산된 루틴은 서로가 서로에 대한 정보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불확실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두 번째 측면은 집단적 루틴이 위계적 공동체, 인지적 공동체 등 다양한 방식의 공동체를 만들어나간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루틴이 의식적인가(effortful), 의식적이지 않은가(mindlessness)에 대한 논란이 있다. 저자는 ‘기계적인 결정이 진실(genuine)되고 의도적(deliberate)인 선택의 기회를 축소시키는 것은 아니다.’라는 Winter(1985)의 주장을 인용하면서 루틴이 때때로는 의식적일 수 있고, 때때로는 의식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정리한다.
다섯 번째 특징은 과정이다. 루틴은 사실상 ‘과정’의 성격을 갖는 분석단위이기 때문에 루틴이 조직적, 경제적 변화를 설명하는 주요 개념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과정이라는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루틴은 (1) 구조와 행동 간의, (2) 객채로서의 조직과 과정으로서의 조직 간의 결합(nexus)을 설명할 수 있다. 기존 연구결과 중 저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루틴의 과정으로써의 특징은 반복의 빈도, 빈도의 규칙성, 시간압박으로, 이러한 특징들이 루틴의 발전과정과 안정성 그리고 루틴의 변화를 두루두루 잘 설명하고 있다고 서술한다.
여섯 번째 특징은 맥락이다. 루틴과 맥락은 상호보완적인 관계이다. 만약 일반규칙과 과정이 지나치게 구체화되어 있다면, 이를 다양한 상황에 적용하기 어렵다. 각각의 상황은 그 상황만의 맥락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반규칙과 과정을 지나치게 구체화하기보다는 해석과 판단을 할 수 있는 재량적 공간의 여유를 두어 각 맥락에 맞는 상황에 맞추어 어떤 루틴을 언제 실행할지를 조직 구성원에게 맡겨야 한다.
경로의존성은 루틴이 점진적으로 변화해가는 과정을 설명하는 요소이다. 경로의존성은 피드백효과(예시. 불완전한 절차로 좋은 성과를 얻을 경우 이 경험이 지속적으로 누적되어 좋은 절차의 진입이 어렵게 됨)와 유사하다. 따라서 경로의존성은 자기영속적이면서 스스로 강화되는 성격을 띠며, 루틴은 경로의존적이면서도 반복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시도로 인해 변화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루틴은 무엇인가로부터 촉발된다고 할 수 있다. 촉발의 두 가지 종류는 조직구성원과 관련된 촉발과 외부적 신호로 구분된다.
❍ 루틴이 조직에 미치는 영향
루틴이 조직에 미치는 영향은 조직화와 통제(coordination and control), 휴전(truce), 인지자원 절약(economizing on cognitive resources), 불확실성 축소(reducing uncertainty), 안정성(stability), 지식저장(storing knowledge)이다. 먼저 조직 내 활동들의 조화(coordination)는 되풀이되는 중요한 기능들이 얼마만큼 루틴화되어 있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동시에 루틴은 조직 구성원의 행동을 표준화하는 기능을 수행하여 이들 간의 비교를 쉽게하고 따라서 통제를 용이하게 한다. 하지만 지나친 규칙강제는 통제기능으로써 한계를 지닌다. 따라서 통제기제는 재량의 공간을 남기게 되는데 이곳에서 통제하는 구성원과 통제받는 구성원 간의 협상이 이루어지고 휴전이 성립된다. 휴전이라는 개념은 루틴의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서로 다른 사회적 관계가 어떻게 자체적으로 수립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오랜 시간동안 유지되는지를 설명할 수 있다. 다음으로 저자는 인간의 인지능력의 한계를 인정하고, 루틴이 개인의 인지능력 활용을 최소화하도록 돕고, non-routine 상황에서 인지능력이 최대한 활용될 수 있도록 돕는다고 서술한다. 또한, 루틴은 불확실성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갖는다고 주장한다. 불확실성 하에서 루틴은 루틴화된 부분을 고정시킴으로써 제한된 인지자원을 non-routine에 집중하도록 하고 non-routine에 대한 예측력을 높인다고 서술하고 있다. 루틴은 안정성의 효과도 갖는데, 기존 루틴이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고 있다면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이 촉발되지 않기 때문이다. 더불어 루틴 변화에 소모되는 비용이 크기 때문에 루틴은 변화하기보다는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다만, 루틴은 불변이 아니며 피드백이 있을 경우 점진적으로 변화할 수 있으며, 변화의 누적이 더 큰 변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루틴은 조직 지식의 저장소로써, 암묵지를 저장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갖는다. 루틴은 ‘개인의 지식이 회사에 적용되는 것(절차, 과정 등)’을 포착한다는 점에서 다른 방식의 저장 기법과 큰 차별성을 갖는다.
❍ 결론
저자는 결론에서 Nelson & Winter의 연구를 확장하기 위한 후속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루틴 개념에서 나타나고 있는 모호성을 3가지로 구분하여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는 (1) 개인과 집단에서의 반복적 행동패턴 구분, (2) 인지적 규칙(cognitive regularities)와 행태적 패턴의 혼용, (3) 행태적 패턴 또는 규칙을 발현하는 과정에서 agency의 역할 간과가 해당된다. 첫 번째 유형은 개인과 집단의 반복적 행동패턴을 habits와 routines으로 구분한 Dosi et al.(2000)의 연구로 그 모호성이 제거되었다고 할 수 있으며, 두 번째 유형은 각각의 용어를 구분해서 사용한다면 충분히 모호성을 제거할 수 있고, 특히 진화경제학에서 사용하는 루틴의 경우 인지적 규칙보다는 행태적 패턴이 더 적합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저자는 세 번째 유형이 연구의 확장을 위한 중요한 주제라고 제시하면서 agency가 규칙의 집행과 진화에 어떻게 영향을 밝혀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시하고 있다.
Comments
본 논문은 Winter & Nelson의 루틴 개념 도입의 기여를 인정하면서, 후속연구들이 루틴의 개념과 루틴이 조직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발전시키고 실증했는지를 정리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휴전에 대한 개념을 설명하면서 언급한 ‘규칙강제의 통제기제로써의 한계’와 재량공간의 필요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느껴졌다.
규칙을 강제하기 힘든 이유는 규칙이 100%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완벽한 규칙이 존재할 수 있을까? 규칙이 완벽하지 않은 이유는 인간의 인지적 한계에서 비롯된다. 루틴이 인지적 규칙보다는 행태적 패턴(behavioral pattern)의 성향을 더 갖고 있는 것을 설명할 때 개인이 갖고 있는 인지자원(cognitive resource)를 가지고 모든 행태적 패턴을 기억할 수 없다고 설명하는 것과 동일한 논리이다. 인간이 갖고 있는 제한된 인지자원을 가지고 모든 구성원의 특성과 환경적 맥락에 적합한 규칙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본인이 위와 같은 논리에 더 관심을 갖게 되는 이유는 최근 사회적 여론이 더욱 일반화된 규칙에 매료되고 매몰되어가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미디어를 통해 소개되고 있는 사회갈등을 살펴보면 개인이 다른 개인에 비해 다른 처우를 받을 경우 그것이 차별이 아니더라도 갈등, 대립, 충돌로 이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최근의 재난지원금만 보더라도 이와 같은 행태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재난지원금이 왜 필요한가에 대한 논의를 차치하고서도, 재난지원금이 지급된 이후 재난지원금 계급표가 등장하기도 하였으며, ‘나는 왜 못받냐’가 주를 이루는 이의신청이 재난지원금 신청 일주일 동안 11만건에 달했고, 지급대상을 88%가 아닌 100%를 지급해야한다는 정치권의 주장까지 등장했다.
루틴이 기업의 조직행동을 위해 사용된 개념인 만큼 위의 예시가 적합하지는 않을 수 있지만, ‘규칙강제의 통제기제로써의 한계’와 재량공간의 필요성 두 가지 요소를 위와 같은 상황에 적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다수의 구성원으로 이루어져 있고, 예측할 수 없는 환경적 맥락에 둘러 쌓여있기 때문에 완벽한 규칙을 만들 수 없다는 명제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적당한 규칙 속에서 만들어지는 여유공간을 재량공간으로 인식하고 재량공간은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지는 변화하는 질서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두 저서와 논문은 지난주 논문에서 볼 수 있듯 이론정립과 이론검증의 양립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루틴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조직행동을 설명한 것은 조직이론에 있어서 매우 큰 기여를 했다고 할 수 있는데도 첫 번째 저서의 구성은 인과관계의 검증보다는 기술(description)을 통한 루틴의 개념과 논리적 인과관계에 대한 설명으로 구성되어있다. 만약 이러한 이론이 논문으로 게재되지 않는다면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해당 저서를 보면서 느낀 점은 이론정립 논문이 이론의 인과관계를 기술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는 것이다. 이론정립 논문에 대한 보다 완화된 관점이 필요함을 다시 느낄 수 있었고, 좋은 이론이 게재된다면 DiMaggio의 의견처럼 후속 연구자들을 통해 이론이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