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과정이론연구

논문리뷰 (조직루틴): Reconceptualizing Organizational Routines as a Source of Flexibility and Change (Feldman & Pentland, 2003)

분석가 가온 2023. 10. 7. 07:18

Summary

 저자는 기존 연구(전통적인 관점)들이 명시적(ostensive) 측면에 주로 초점을 맞추어 루틴이 반복적인 패턴으로만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물론 선행연구들에서 루틴의 유연성(flexibility), 변화(variance), 변이(mutation), 적응(adaption) 등 루틴이 변화할 수 있는 특성에 대한 어느 정도의 동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를 명확하게 설명하는 이론적 논의가 충분하지 않았다. 저자는 루틴을 두 개의 구조(duality of structure)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Latour가 사용한 ostensive(명시적)와 performative(실행적)라는 용어를 차용하여 두 측면의 루틴 간 관계를 설명하고자 했다. 더 나아가 루틴을 안정성(stability), 관성(inertia)으로 바라보는 전통적 관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의 연구에서는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agency를 루틴 안에서 설명하고자 함으로써 루틴이 어떻게 내생적으로 변화하는 특성을 보일 수 있는지를 agency를 통해 설명하고자 했다.

 

 전통적 관점에서의 조직루틴

 저자는 전통적 관점에서 사용하는 비유법이 조직루틴을 단일체와 변하지 않는 성질로 보게끔 하는 경향을 강화한다고 주장한다. 해당 관점은 조직을 사람으로, 루틴을 습관, 프로그램 또는 유전자로 비유하는데 이러한 비유 모두가 고정되어있는 또는 변화하지 않는 객체의 의미를 많이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루틴의 유연성과 변화의 가능성을 축소시킨다고 서술하고 있다. 전통적 관점은 또한 조직루틴의 기원과 효과 측면에서도 루틴의 수동적인 측면을 강조한다. 이에 따르면 루틴은 능동적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비용최소화, 경영관리, 갈등의 통제 등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수동적인 객채로 인식된다. 또한, 조직루틴을 개인의 습관으로 비유함으로써 조직 내 모든 구성원을, 하나로 합쳐진 인격화된 한 개의 조직인 것처럼 인식하도록 유도한다. 저자는 위와 같은 이유로 루틴의 능동적 변화를 설명할 수 있는 조직 내 구성원(agency)의 역할이 지나치게 축소되었고, 이로 인해 기존 연구들이 루틴의 변화 가능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의 새로운 관점

 새로운 관점에 따르면 명시적 루틴은 SOP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개념이며, 절차적 지식으로의 암묵지이다. 또한, 명시적 루틴은 하나의 단일체가 아니라, 다양한 참여자의 주관적인 이해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실행적 루틴은 조직루틴 속에서 특정 시간과 사람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특정 행동을 의미한다. 구성원은 루틴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미 정해져 있는 특정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습관적으로 할 수도 있지만, 아무리 통제된 상황속에서도 구성원은 자기점검을 통해 새로운 변화를 선택할 수 있다. 따라서 실행적 루틴은 본질적으로 즉흥적이면서, 동시에 주변 맥락을 고려한다.

 저자는 기존 선행연구들을 바탕으로 루틴을 ‘다수가 참여하는 상호의존적 행동의 반복적이고, 인식될 수 있는 패턴’이라고 정의했다. 이를 새로운 관점으로 살펴보면, 반복의 시작점을 실행적 루틴, 인식될 수 있는 패턴을 명시적 루틴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다수의 참여자는 루틴에 대해 서로 다른 정보를 가지며 정보에 대한 해석이 다르고, 따라서 하나의 객관적인 루틴은 존재할 수 없다. 즉, 구성원마다 동일한 루틴을 다르게 인식하는 특수성 때문에 루틴의 변화 가능성을 확장시킬 수 있다. 마지막으로 루틴은 집합적 행동(collective performance)이다. 구성원은 개인 단위로 루틴을 수행하기보다는 상호의존적으로 루틴을 수행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예산이 없을 시에 채용이 제한되는 것과 같이 개별 구성원의 행동은 조정·제한이 될 수 있고, 이러한 조정과 제한은 실행적 루틴에 해당한다.

 명시적 루틴과 실행적 루틴은 동시성을 가지면서도 선·후행 관계를 갖기도 한다. 명시적 루틴이 선행할 땐, 명시적 루틴이 실행적 루틴이 작동하기 위한 목표로서 작용할 수 있으며, 실행적 루틴에 정당성을 부여하거나 실행적 루틴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던 action의 이유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수행한다. 실행적 루틴이 선행할 땐, 실행적 루틴이 새로운 행동의 반복을 통해 구성원들이 패턴으로 인식하도록 하고 이를 명시적 루틴으로 창조해낼 수 있다. 또는 기존의 명시적 루틴을 선택하고 행동으로 옮김으로써 특정 명시적 루틴을 유지시키는 기능을 수행할 수도 있고, 약간의 변형을 가해 기존의 명시적 루틴을 수정할 수도 있다.

 저자는 이와 같은 루틴의 능동적인 변화를 주관성(subjectivity), 구성원(agency), 권력(power)으로 설명한다. 첫째, 루틴은 하나의 객관적인 단일체가 아닌 다수 참여자의 주관적인 이해의 집합체이다. 즉, 어떤 패턴을 객관화해서 요약한 루틴이 사실은 주관성에 기반하기 때문에 언제든 변화의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구성원은 재귀적 자기점검을 통해 행동(action)에 변화를 가할 수 있다. 하지만 각 구성원은 조직의 맥락과 제도적 구조 내에서 활동하고 있고, 루틴이 집단적이고 상호의존적이기 때문에 개인의 행동 변화는 제한되게 이루어진다. 마지막으로 루틴의 변화는 권력 갈등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명시적 루틴이 실행되도록 하는 것은 큰 갈등이 없지만 실행적 루틴으로 인해 새로운 변화가 생긴 행동을 명시적 루틴으로 인식하게 만들 때는 개인 또는 그룹 간의 저항을 극복하고 정당성을 부여할 만큼의 권력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본 논문은 명시적 루틴에만 치중되어 있던 루틴을 명시적 루틴과 실행적 루틴으로 구분했다는 것과 조직루틴 안에서의 내생적인 변화를 명시적 루틴, 실행적 루틴 그리고 agent와의 관계에 주목하여 설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할 수 있다.

 

Comments

 루틴 자체만으로 조직 내의 내재적이고 내생적인 변화를 설명할 수 있다는 주장이 본 논문이 조직이론과 조직루틴에 기여한 가장 큰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Nelson & Winter는 루틴을 구분하지 않고 사용하였다. 이로 인해 루틴이라는 하나의 개념 안에서 서로 상이하다고 받아들여질 수 있는 특성들이 충돌하는 상황이 발생했고, 이후의 연구들은 루틴이라는 구성개념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인지적으로 의식하여 수행하는 행동들(실행적 루틴)을 축소시킨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실행적 루틴의 주체가 조직 구성원인 만큼 구성원(agency)의 역할도 같이 축소되었다.

 반면 Feldman & Pentland는 실행적 루틴과 구성원의 역할을 감축시키는 것이 루틴이라는 개념의 확장성에 대한 자충수로 인식한 듯 보인다. 전통적 관점을 따르게 될 경우 루틴의 변화를 루틴 내에서 명확하게 설명해내기 어렵다. ‘전통적 관점이 루틴 내의 변화를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설명하려고 노력하지도 않았다’라는 저자의 서술이 이런 의미일 것이라 생각한다. 전통적 관점이 변화를 인정하더라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다면 변화를 유발하는 ‘무엇’은 실증연구에서 외생적인 변수가 되어버린다. 하지만 저자는 명시적 루틴, 실행적 루틴, 구성원의 역할을 개별적으로 분리하여 인식함으로써 루틴 내의 내생적인 변화를 설명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Nelson & Winter가 제시한 routine as truce를 예시로 들면 보다 명확하게 이해가 되는 것 같다. Nelson & Winter는 통제하는 자와 통제를 받는 자 사이의 갈등 상태가 패턴을 이루어 지속되기 때문에 이러한 상태가 휴전이면서 동시에 루틴이라고 명시한다. 두 집단의 권력(power) 관계에 따라 현 루틴이 영속할 수도 있고, 변화가 발생할 수도 있다. 처음 해당 절을 접했을 때는 무릎을 '탁' 치며 루틴이 이미지로써 이해가 되었지만, 구성개념이 손에 잡힐 듯 말 듯하였다. 그 애매하다고 느꼈던 부분을 Feldman & Pentland의 설명이 명확하게 설명을 해주는 듯하다. 위 예시에서 통제하는 자의 행위가 실행적 루틴이라면, 통제를 받는 자의 행위는 명시적 루틴이다. 명시적 루틴은 조직 내의 구성원들이 이해하고 있는 루틴에 대한 주관적인 인식의 집합체로 통상적으로 해야되는 행동들의 조합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 통제하는 자는 어떠한 이유로 인해 명시적 루틴에 변화를 가하고 싶고, 이를 위해서는 특정 시간, 특정 사람에 의한 특정 행동이 가해져야 하는데 이를 실행적 루틴이라고 할 수 있다. 실행적 루틴이 명시적 루틴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실행적 루틴이 반복되고 이를 구성원들이 패턴으로 인식해야 한다. 하지만 받아들이는 구성원들이 이에 저항한다면 실행적 루틴은 적법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명시적 루틴으로 전환되지 못한다. 이러한 상호작용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구성원의 권력이다. 만약 통제하는 자의 권력이 더 강하다면 실행적 루틴은 명시적 루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겠지만 반대라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Felman & Pentland가 구분한 명시적 루틴, 실행적 루틴, 구성원이라는 개념은 루틴을 구성하고 있는 각각의 구성개념을 세밀하게 분리하여 보다 명확하게 루틴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할 수 있다.

 본 논문에서 또 주목할 부분은 명시적 루틴을 일체화된 객관적인 객채가 아닌 다수 참여자의 주관적인 이해의 집합체로 이해했다는 것이다. 이를 조금 더 생각해보면, 주관적인 이해로 비롯한 루틴의 모호성 덕분에 구성원에 의해 새로운 변화를 가할 수 있는 공간이 루틴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만약 명시적 루틴이 일체화된 객관적인 객체라면, 이는 매우 딱딱하고 변화하지 않는 성질이라고 이미지화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명시적 루틴이 사실은 주관적인 이해의 집합으로 구성되었다면, 한 구성원이 갖고 있는 이해의 변화가 언제는 명시적 루틴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즉, 전통적 관점에서 안정적, 관성 등으로 묘사되던 루틴 또한, 언제든 변화의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본 논문은 루틴을 명시적 루틴과 실행적 루틴으로 구분하고 구성원의 역할을 강조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지만, 언급한 바와 같이 명시적 루틴의 개념의 본질을 더욱 깊게 이해하도록 했다는 데에도 큰 기여를 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