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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리뷰 (조직루틴): An Evolutionary Theory of Economic Change (Nelson & Winter, 1982) 본문

정책과정이론연구

논문리뷰 (조직루틴): An Evolutionary Theory of Economic Change (Nelson & Winter, 1982)

분석가 가온 2023. 10. 7. 07:10

Summary

 저자는 본 저서를 통해 조직의 모든 역량을 바탕으로 최적의 선택을 한다는 전통적인 관점(합리적 조직)과는 다르게 진화경제학 관점에서 조직의 행동을 설명하고자 했다. 이를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개념이 루틴이다. 먼저 저자는 1절에서 조직의 기억과 루틴을 매칭하여 루틴의 특성이 무엇인가를 설명하고자 했다. 루틴은 암묵지와 유사한 개념으로, 온전히 기술할 수 없고, 행동(exercise)을 통해서만 기억될 수 있는 조직의 기억이라고 정의된다. 이 때 루틴은 단순히 일상적인 행동의 반복이 아니라 개인, 개인의 기술, 환경과 맥락 및 다른 개인의 다양한 방식의 메시지를 해석하는 능력의 조화(coordination)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루틴이 중요한 이유는 조직의 방대한 지식을 개인의 인지능력으로 모두 소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각 개인은 개인에게 요구되는 루틴만을 기억하며, 이 또한 인지적으로 기억하는 것이 아닌 행동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지속적인 행동을 통해 조화(coordination)가 보존되고 조직의 기억은 재생되어 유지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1절이 루틴의 인지적 측면을 강조했다면, 2절은 루틴을 휴전(truce)으로 표현하면서 개인의 동기적 측면을 살펴보고 개인이 필요한 만큼의 루틴 작업을 어떻게 수행하는지 여부에 대한 답을 제공하고 있다.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기일초과, 구성원의 작업 불이행, 반항 등도 예측범위 내의 행동이고 정해진 산출물을 생산할 수 있다면 이 또한 루틴에 포함된다. 조직은 이를 통제하기 위해 다양한 통제기제를 사용하게 되는데 통제와 통제를 받음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고 이러한 지속적인 갈등상태를 휴전이라고 칭하고 있다. 루틴화가 된 휴전은 곧 기득권을 형성하며, 현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을 (이사회 입장이든 직원 입장이든 상관없이)기득권의 침해라고 인식한다. 결과적으로 조직과 조직 구성원은 휴전으로써의 루틴에 따라 개인이 필요한 만큼 즉, 적정수준 만큼의 작업을 수행하지만, 기득권을 침해할 수 있는 루틴의 변화는 쉽게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3절에서는 휴전 상태로 인해 어려운 루틴의 변화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를 보여준다. 내·외부적인 변화로 인해 조직이 생산을 맞추기 어려운 등의 문제가 발생한 상황에서 루틴은 (1) 통제, (2) 복제, (3) 축소, (4) 모방을 하기 위한 목표로 작동하게 된다. 각각의 상황에서 루틴은 다양한 상황에 직면하지만, 결과적으로 루틴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변화(mutation)를 겪는다. 이어서 저자는 4절에서 개인의 기술과 조직루틴 간의 유사성을 설명하한다. 이에 따르면 루틴은 의식적인 인식 없이(without conscious awareness) 이루어지는데. 개인의 능력 또한 암묵지에 의존하는 정도가 높아질수록 의식적인 인식 없이 수행된다고 서술하고 있다.

 다음으로 5절에서 저자는, 기존의 전통적 관점에서 조직이 모든 역량을 동원해 최적의 선택을 결정한다고 주장하는 것에 반하여, 이러한 선택이 오히려 조직 루틴에 의해 결정된 것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최적의 선택’이라고 불리는 결정을 조직의 미래를 예측하는데 도움을 주는 분석결과로 인식한다. 그리고 이를 분석한 분석가들은 조직 행동을 예측하는 과정에서 조직의 루틴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되고 결과적으로 바람직한 조직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루틴을 모형화(modeling)한다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6절을 통해 혁신과 루틴 간에 큰 차이가 없음을 보여주고자 했다. 저자는 혁신과 관련하여 문제를 푸는 것보다 올바른 문제를 찾아내는 것이 어렵다는 명제에 비유하여 좋은 문제는 일상적인 루틴에서 발생하는 수수께끼(puzzle)와 변칙에서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변칙이 발생했을 때, 루틴은 이를 예외적인 상황으로 간주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지만, 창의적 문제해결 루틴이 주요한 변화를 일으키는 기제로 작동하여 혁신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발견적 탐색(heuristics search) 개념을 차용하여 발견적 탐색이 관측하는 모든 조직활동의 패턴화가 루틴의 개념과 동화된다고 설명하면서 조직의 루틴이 혁신적 노력을 지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Comments

 본 논문은 조직행동을 합리적 선택이론으로 설명하고 있는 전통적인 관점 대신에 루틴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조직행동의 과정을 설명하고자 했다. Nelson & Winter가 출판한 시기는 합리적 선택이론의 현실 적용가능성의 한계를 보여주는 다양한 이론(제한된 합리성, 점진주의, 회사모형, 관료정치 모형 등)과 개념(자생적 질서, 사회적 상호작용, 상호작용적 문제해결 등)이 등장한 이후 논의가 되어가고 있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Nelson & Winter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루틴이라는 개념이 위에 예시로 제시된 대안모형과 개념들을 잘 어우르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인상 깊었다.

 특히 저자는 조직 내에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통제하는 자와 통제받는 자를 구분하고, 이들의 상태를 갈등이면서 동시에 휴전이라고 칭하면서도, 이 관계가 패턴을 갖고 지속되기 때문에 루틴의 한 부분으로 인식하고 있다. 두 관계가 조직의 필요로 하는 부분을 충족시키면서 양립할 수 있고 영속한다는 것을 설명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루틴의 다른 특징과 더불어 휴전이라는 특징의 도입이 루틴으로 하여금 조직 내의 개인단위, 하부조직단위, 전체조직 사이에서 발생하는 어떠한 상호작용과 행동의 촉발기제 등을 유기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 매우 논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5절에서는 전통적 관점에서 주장하는 조직의 합리적 선택이 왜 합리적 선택이 아닌지를 조직 루틴을 통해 보여준다. 전통적 관점과 저자의 관점의 가장 큰 차이점은 결정과 집행 사이의 간격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 관점이 어떠한 절대자에 의한 결정이 곧 완벽하게 집행으로 이어진다고 보는 것이라면, 저자의 관점은 결정이라는 시작점부터 루틴이라는 지지부진한 상호작용과 긴 과정을 거쳐서 결정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고, 루틴의 변화를 통해 집행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결정과 루틴의 변화는 한꺼번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 수 있으며, 보다 나은 루틴 모형에 근접하기 위해 휴전과 갈등이 반복될 수 있다.

 6절에서 저자는 루틴에서 발견되는 변칙과 변칙을 해결하는 창의적 문제해결 루틴이 곧 혁신의 과정과 유사하다고 주장한다. 달리 표현하면, 발견적 탐색으로 밝혀지는 해결책들의 누적이 루틴을 점진적으로 변화시키고 변화의 누적이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루틴을 통해 혁신을 설명하는 것은 많은 부분에서 제한된다고 생각된다. 저자가 루틴을 설명하기 위해 인용하고 있는 슘페터는 혁신을 창조적 파괴라고 명명할 만큼 혁신은 상대적으로 급격하고 거대한 변화를 내포한다. 점진적인 변화를 강조하고 있는 루틴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혁신을 설명하려고 하기보다는 오히려 혁신을 예외적인 충격으로 인식하는 것이 이론의 일관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만약 혁신을 오랜 시간 동안 상호작용의 누적결과 모두의 합의를 통해 갑작스러운 루틴의 변화를 모두가 수용할 수 있다고 한다면, 이를 루틴으로 설명할 수 있겠지만, 이러한 방식의 혁신이 저자가 생각하는 혁신의 개념과 일치하는지는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