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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리뷰 (조직루틴): Organizational Routines as a Unit of Analysis (Pentland & Feldman, 2005) 본문

정책과정이론연구

논문리뷰 (조직루틴): Organizational Routines as a Unit of Analysis (Pentland & Feldman, 2005)

분석가 가온 2023. 10. 7. 07:20

Summary

 본 논문은 루틴의 분석단위를 세 가지 관점에서 살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는 첫째, 루틴을 구분하지 않고 하나의 ‘black box’ 단위로 보는 것, 둘째, 루틴을 분리하여 각 부분을 단위로 보는 것, 셋째, 분리된 각 루틴의 상호작용을 단위로 보는 것을 포함한다.

 저자에 따르면 루틴은 명시적 측면과 실행적 측면으로 분리할 수 있고, 동시에 루틴에는 다양한 artifact가 존재한다. 실행적 루틴은 조직루틴 내에서 특정 시간과 사람에 의해 수행되는 특정 행동을 의미한다. 이러한 행위는 명시적 루틴과 같이 정해진 규칙과 기대 안에서 이루어지지만, 선택되는 특정 행위는 어느 정도 새로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실행적 루틴은 본질적으로 즉흥적이다. 이는 의식적이고 노력적인 행동으로써, 이를 악보에서 벗어난 즉흥연주에 비유할 수 있으며, 즉흥연주가 다른 연주자의 연주를 들으면서 맞춰가는 것과 같이 실행적 루틴에 의한 선택과 변화 또한, 조직 내의 맥락을 고려한다고 할 수 있다. 반면 명시적 루틴은 추상적이거나 매우 일반화된 패턴을 의미하는 것으로, 맥락에 의존하고, 구성원 마다 루틴을 이해하는 정도가 다르다. artifact는 조직루틴이 실체화된 것으로, 규칙, SOP 뿐만 아니라 사무실의 배치, 장소, 사용되는 기기 등이 포함될 수 있다. 특히 규칙과 SOP가 실행적 루틴을 구성한다고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규칙과 SOP는 모든 맥락적인 상황을 포괄할 수 없기 때문에 실행적 루틴을 대체할 수 없다. 또한, 명시적 루틴은 하나의 객관화된 단일체가 아닌 주관적인 이해의 집합체이기 때문에 SOP와 구분되며, 오히려 SOP가 명시적 루틴을 가능한 최대한으로 성문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각 측면의 루틴과 artifact를 구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특히 각 측면의 루틴은 관찰하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다르게 인식될 수 있고 이로 인해 연구결과를 왜곡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분석단위인 루틴을 세분화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 분석단위는 루틴을 구분되지 않는 하나의 black box로 단위를 상정하는 것이다. 이때 조직루틴은 개인의 습관, 프로그램, DNA로 비유되며, 조직 구성원의 역할보다는 조직을 하나의 단위로 인식하고 조직의 투입과 산출을 연구하는 연구질문에 매우 유용한 가정이다. 하지만 특정 루틴의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루틴을 명시적 루틴, 실행적 루틴, artifact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실행적 루틴과 관련해서는 시간 또는 맥락에 따른 행동의 변화를 비교하는 현장연구와 조건에 따른 행동변화를 실증분석하는 실험연구가 진행된 바 있다. 명시적 루틴과 관련해서는 루틴에 대한 주관적 해석의 차이를 비교하기 위해 그룹 간 또는 직책 별로 인식하는 루틴을 비교하는 연구가 수행된 바 있다. artifact는 앞선 두 개의 루틴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이고 쉽게 포착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에 따른 artifact의 동태적인 변화에 초점을 둔 연구가 주를 이루었다.

 마지막으로 루틴 내의 역동적인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명시적 루틴, 실행적 루틴, artifact 간의 상호작용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명시적 루틴과 실행적 루틴 간의 상호작용을 살펴보면, 도서관 사서와 여행사의 예시에서 볼 수 있듯 한 측면의 다양성이 작다면 다른 측면의 다양성을 증가한다고 가정할 수 있다. 또 다른 방면에서는 각 측면 간 차이에서 발생하는 효과(안정성 vs 유연성)가 상호작용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명시적 루틴이 목표로 인식될 경우 실행적 루틴은 명시적 루틴에 맞추어 안정적인 형태로 변화하기도 하고, 실행적 루틴의 변화가 적법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면 이러한 루틴이 명시적 루틴으로 확장되기도 하여, 안정적이면서 순환하는 내생적인 변화를 만들어낸다. 또한, 위와 같은 변화는 서로 다른 그룹이 특정 측면의 루틴을 지지하게끔 만들어 두 그룹 간의 정치적 갈등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실행적 루틴과 artifact 간의 상호작용에서는 실행적 루틴이 관찰되는 정도가 낮을수록 artifact는 안정적이지만, 실제 수행하는 performance는 다양할 수 있다고 가정할 수 있다. 반대로 artifact의 구체성의 정도가 모호할수록 performance의 다양성은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또한, artifact는 조직 내에서 통제수단으로 활용되기 때문에 실행적 루틴과 artifact는 권력관계를 나타낸다. 따라서 두 관계 간의 작은 차이는 강한 위계적 질서 또는 상호 간의 이해가 높은 관계가 정립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반대로 두 관계 간의 큰 차이는 심각한 이해 불균형 또는 구식의 artifact가 유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명시적 루틴과 artifact 간의 상호작용은 구성원이 이해하고 행동하고 있는 루틴이 서류상으로 얼마나 잘 기술되어있는가와 연관된다. 두 관계 간의 차이는 임원진과 노동자 또는 두 그룹 간의 의견차이를 의미할 수도 있고, 조직과 조직에 관련된 public 간의 관계 때문에 발생할 수도 있다(고객 또는 입사지원자에게 알리는 공고문상의 절차와 실제 절차는 다를 수 있음).

 저자는 루틴의 내부적 구조를 파헤침으로써 권력(power), 주관성(subjectivity), 구성원(agency)의 중요성을 밝혀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권력과 관련하여, 명시적 루틴과 실행적 루틴의 상호작용에서 확인할 수 있듯 두 관계 내에는 항상 갈등이 존재한다고 서술하면서 명시적 루틴은 언제든 도전될 수 있는 대상이라고 주장한다. 더불어 저자의 관점에서 조직루틴은 조직학습의 원천이다. 구성원은 루틴을 수행하면서 자기감시(학습)를 통해 미래의 루틴을 고려한 변화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루틴을 수행하는 구성원뿐만 아니라 루틴을 디자인하고 관리하는 구성원으로 하여금 루틴을 수행하는 구성원에 대한 동기부여를 통해 루틴의 변화를 유도할 수도 있다.

 

Comments

 본 논문은 분석단위를 세 개로 구분하여 서술하고 있지만, 사실 마지막 단위인 상호작용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본 논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루틴에서 artifact를 분리하여 모순적이지만 루틴의 추상성을 더욱 강화했다는 점이 이 논문의 기여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artifact를 조직루틴의 실체화라고 표현한다. 이에 따라 artifact의 종류는 무수하며, 대표적인 예시로는 규칙, SOP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규칙이나 SOP는 루틴으로 오해되지만, 저자는 규칙과 SOP가 모든 맥락을 고려할 수 없기 때문에 루틴과 차별성을 갖는다고 서술한다. 대신 규칙과 SOP는 루틴에서 이루어지는 행동(action)들의 참조점이 되는 동시에 관리자의 통제수단으로 활용된다.

 artifact를 루틴으로 오해하면 안된다는 저자의 글을 보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이 군대에서의 경험이었다. 군대의 경우 완전한 위계적 질서를 따르기 때문에 SOP를 곧 루틴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매우 높은 곳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군에서의 SOP는 하급부대를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다. 명령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당연히 하급부대에서도 이에 대한 저항이 있으며, 결국 SOP는 최초 상급부대에서 고려한 대로 이행되지 않는다. 본인은 천안에서 정보과장으로 근무를 했는데 맡은 임무 중 하나가 비밀 관리였다. 매주 금요일 각 간부는 자기 스스로 보안진단을 해야 하는데, 이 중 본인이 소유한 비밀의 개수를 파악하고 각 비밀 바인더 앞에 있는 이력지에 확인서명을 해야하는 SOP가 있었다. 하지만 인력부족이 다반사인 후방부대에서 각 간부들은 지나치게 바쁘기 때문에 비밀관리는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보과장 입장에서는 비밀관리 소홀이 상급부대 감사대상이기 때문에 매주 금요일이면 이력지만 가지고 각 간부들에게 찾아가 서명을 받았다. 기존의 루틴이 어떠했는지는 인수인계를 받지 못해 알지 못하지만, SOP라는 artifact는 상급부대가 최초 설계한 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나로 하여금 실행적 루틴(개별 간부에게 이력지 전달)을 하게 만들었다. 적어도 본인이 근무하고 있던 기간 동안 매주 금요일의 이러한 행동패턴은 간부들과 본인이 관리하고 있는 정보병들에게 명시적 루틴으로 인식되었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4편의 조직루틴 논문과 저서를 읽으면서 본인의 경험과 함께 강화된 부분은 인수인계의 중요성이다. 여러 조직에 있으면서 인수인계서(artifact)를 만들었지만, 본 논문의 저자가 얘기하듯 artifact는 최대한으로 루틴을 성문화한 것일 뿐, 여기에 빠져있는 맥락적인 요소가 지나치게 많다. 초급간부로 처음 소대장이 되었을 때, 새로운 부대의 정보과장으로 전출되었을 때 모두 인수인계서를 받았지만, 전임자는 이미 다른 곳으로 전출된 상태였다. 이러한 상황은 다른 공공기관이나 사기업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이 되며 지금까지 다 이렇게 해왔으니 ‘이것 또한 루틴이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특히 해당 조직에서 경력이 없는 신입이나, 연차가 낮은 직원에게 루틴을 전임자 없이 익히는 것은 가장 비효율적인 방법이면서, 조직 인력의 이탈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오랜 시간 동안 조직관리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인식하고 있던 부분인데, 조직루틴을 배워나가면서 이러한 문제점을 연구질문으로 발전시켜 인터뷰 또는 설문조사의 기회가 있다면 논문으로 발전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