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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리뷰 (조직루틴): Organizational Routines as a Source of Continous Change (Feldman, 2000) 본문

정책과정이론연구

논문리뷰 (조직루틴): Organizational Routines as a Source of Continous Change (Feldman, 2000)

분석가 가온 2023. 10. 7. 07:24

Summary

  최초 본 연구를 시작할 당시 Feldman의 목적은 어떤 요인이 루틴의 안정성에 기여하는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연구과정에서 Feldman은 분석대상인 루틴이 상당 부분 변화를 겪는 것을 확인하게 되면서 연구의 방향을 바꾸게 되었다. 조직루틴은 비교적 일상적으로 변화를 겪었고, 이는 단순히 다양한 repertoires 중의 선택이 아니라 repertoires 또는 규칙 자체의 변화를 수반했으며, 이러한 변화는 특정 과제를 성취하는 것에 대한 시사점을 부여하기도 했다. 또한, 조직루틴은 노력의 산물일뿐 아니라 작업과정에서 발생하는 불시의 성과일 수 있었다. 하지만 Feldman의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루틴 그 자체가 루틴의 동태적 변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들 중 일부는 한번의 변화에서 멈추지 않고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행태를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존의 연구로 설명하기 힘든 이와 같은 루틴의 속성은 조직을 진행중인 성취의 과정으로 인식하고 있는 Weick(1979), Manning(1977), Giddens(1979, 1984), Sewell(1992) 등과 맥을 같이하며, Feldman은 이러한 속성을 갖는 루틴을 실행적 루틴이라고 명명했다. 이어서 Feldman은 실행적 루틴에 있어서 구성원의 중요성을 피력한다. 루틴이 생각, 감정, 이상을 갖고 있는 인간에 의해서 움직인다는 것과, 구성원들의 행동이 구성원의 의지와 의도에 의해 촉발된다는 것, 그리고 구성원이 갈등을 창조하거나 저항하기도 하며, 지배를 묵인하기도 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이와 같은 보이지 않는 힘(force)이 거대한 잠재적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Feldman은 서술하고 있다.

 Feldman은 본 연구를 위해 학교 기숙사(생활관; residence hall)를 운영하는 조직에 대한 참여관찰을 실시했다. 생활관에는 대표적으로 5가지 루틴(예산 및 증개축, 채용, 학생상근직원 훈련, 입사, 퇴사)이 있었다. 공식적인 참여관찰은 4년간 이루어졌고, 20번의 공식적인 인터뷰 외에도 가능한 모든 회의를 참석했으며, 점심식사, 생일 등의 행사에도 참석했다. 저자는 참여관찰 시에 기록을 하고 회의자료를 보관했으며, 마지막 연도에는 이메일이 활성화되어 10,000건의 전자 메시지를 수집했다. 공식기간이 종료된 후에도 비공식적인 만남을 지속하였고, 비공식 기간에서 얻은 정보 또한 본 연구의 분석결과에 영향을 주었다.

 Feldman은 5가지 루틴 중 예산을 제외하고 4가지 루틴에 주목하여 서술하고 있다. 첫째 퇴사 루틴(damage assessment)의 경우 건물 책임자(building director)의 역할 인식에서 비롯한 루틴의 변화가 발생했다. 건물책임자는 단순히 건물 내의 생활의 편의를 제공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자신들의 역할이 교육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믿었다. 학생들이 퇴실을 하면서 본인이 생활한 공간의 손상에 대해 책임을 느끼고 배워야 하는데 부모의 돈으로 이를 해결하는 것이 건물 책임자로 하여금 무력감을 느끼게 했다. 이는 새로운 시스템 개발로 이어졌고, 입주 전 방 상태를 서류화한 후, 퇴실 전 학생과 같이 채크함으로써 책임자가 원하던 교육효과를 제고하게 만들었다. 둘째, 입사 루틴의 경우 최초 루틴에 대한 평가가 매우 낮았고, 따라서 루틴의 변화를 모두 지지하였다. 원활한 교통을 위해 생활관의 중앙관리자는 시경찰과 협의하여 교통흐름을 통제했고, 동선에 방해가 되는 행상인의 위치를 변경시켰다. 전혀 예상치 못한 학내 운동학과의 풋볼경기 일정을 협의해야하는 상황도 있었으나, 이후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해나가면서 일정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했다. 셋째 채용과 훈련 루틴의 경우 분권화된 채용방식을 중앙집권화로 변경했다. 앞선 루틴 두 개가 모두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던 반면 채용과 훈련 루틴은 중앙관리자에게는 긍정적, 건물책임자에겐 부정적 변화를 야기했다. 중앙집권화에 의한 채용방식으로 스태프의 질이 통일되면서 생활관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이슈를 이해할 수 있는 필수다양성이 결여되었고, 주요 이슈에 대한 특수조직이 만들어지면서 건물책임자와 학생상근직원과의 소통망이 축소되었기 때문이다. Feldman은 루틴의 결과를 4개로 구분하고 이에 대한 변화 반응(change response)을 3개로 구분하여 매칭시켰고 앞선 3개의 예시에 적용하여 Table 1으로 정리했다. 이는 루틴의 결과에 따라 변화반응이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Feldman은 “사회는 사회과학자들이 발견하여 명시적으로 정의하는 지시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사회는 사회를 정의하려는 모든 구성원들의 노력을 통해 행해지는(performed) 것이다”라고 얘기한 Latour를 인용하면서 루틴을 작동시키는 구성원의 역할을 강조하고 자신의 분석결과를 기반으로 performative routine 개념을 소개한다. Performative routine의 핵심은 구성원이 갖고 있는 생각, 가치, 이상향을 고려한다는 것에 있다. 이를 도식화해서 보면 계획과 행동이 결과를 창출하고 구성원은 결과와 이상향을 비교하게 된다. 이를 기반으로 구성원은 계획에 피드백을 하여 변화된 루틴을 구성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구성원을 루틴 안으로 가져오는 것만으로 지속적인 변화를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Table 1은 변화의 이유만을 보여줄 뿐 지속적인 변화가 왜 일어나는지까지는 설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Feldman은 Sewell의 구조이론을 도입하게 되는데 Sewell에 따르면 구조는 단일체가 아닌 다수 조각들의 결합이다. 또한, 변화의 원인은 첫째, 구조가 다수로 이루어져있고 교차하기 때문이며, 둘째, 각각의 구성원이 계획에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고 셋째, 자원 축적의 비예측성과 넷째, 자원의 다차원적 의미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Feldman은 두 번째 이유를 강조하며 루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구성원의 다양한 해석, 생각이 지속적 변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논리는 Pentland & Rueter가 사용한 문법모형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본인의 연구가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것으로 이어진다.

 Feldman은 본 연구의 분석결과가 조직학습과 제도주의를 이해하는데도 기여한다고 주장한다. 조직학습이 조직 내 위계적 레벨에 걸쳐 발생한 것을 보여주었다면, 본 연구는 조직학습이 조직루틴에서 발생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조직학습에서는 크게 다루어지지 못했던 개별 구성원과 구성원이 속한 집단 간의 상호작용을 확인할 수 있다. 제도주의 측면에서는, 직장(job)을 제도라고 가정했을 때 해당 직장에 위치한 개인의 역할을 이해하는 것이 제도주의 내의 동태적 변화를 포착하기 용이하다고 주장한다. 퇴사 루틴에서 볼 수 있듯 건물책임자라는 직책에 위치한 사람들이 갖고 있던 이상(교육의 역할)이 기존의 직책이 의미한 바(손상액을 수령하는 절차)를 본인의 이상으로 더 확장시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Comments

 Feldman의 연구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연구였다. 특히 건물책임자와 관련된 루틴에 대한 서술은 그들의 생각, 가치, 이상향과 그 속에서의 속앓이가 느껴질 정도였다. 이를 통해 Feldman이 참여관찰에 있어서 얼마나 진심이 담겼고 그들과 상호작용을 잘했는지를 알 수 있다. 이러한 진심이 있었기 때문에 실행적 루틴 개념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이 든다. Pentland & Rueter 또한 참여관찰을 포함한 연구였지만, 구성원의 다차원적인 면모에 대한 묘사만 보더라도 큰 차이가 있다. Pentland & Rueter의 연구에서 구성원은 전화를 응대하는 직원이며, 이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얼마나 시간을 쏟고 다양한 방법을 구상하는지가 묘사된다. Feldman의 연구에서는 그들이 하는 일뿐만 아니라 구성원의 감정과 느낌, 자신의 직장에 대한 생각과 이상향까지 묘사되고 있다. 묘사되는 요소들은 구성원들이 루틴을 왜 변화시키려고 하는지에 대한 원동력으로써, 루틴의 동태적인 변화를 포착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임을 Feldman의 서술을 통해 독자가 알 수 있게 된다. 감정, 느낌, 이상향 모두 객관적인 것이라 하기 어렵고, 이를 알기 위한 상호작용 또한 주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과학 연구에서 주관성이 치명적인 약점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이러한 주관성이 논리적 연결 고리를 강화해주는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는 논문이었다.

 Pentland & Rueter가 구성원의 주체성에 주목을 했다면 Feldman의 연구는 구성원이 주체성을 기반으로 어떻게 변화를 이끌어내고, 변화 중 일부는 어떻게 지속적으로 변화하는가에 주목했다. 여기서 본인이 생각했을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이상(ideal)이었다. Table 1에서 명시하지 않았지만, Feldman이 관찰한 루틴들의 변화는 모두 현실과 이상의 불일치에서 시작된다. 이는 Figure 2의 실행적 루틴 모형에서 이상이 계획에 피드백을 주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것을 반대로 생각해보면 조직루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의 이상이 없거나 크지 않다면, 루틴의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루틴의 변화가 채용루틴에서 볼 수 있듯 꼭 긍정적인 변화만을 가져오지는 않지만, 3개의 루틴 예시 모두 긍정적인 결과를 추구하면서 도출된 루틴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조직의 입장에서는 구성원이 자신의 직책과 관련하여 이상향을 가질 만큼 직장 또는 조직에 애정을 갖는 사람을 채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본 논문을 읽으면서 생각이 든 연구질문은 ‘루틴 간의 경쟁이 구성원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라는 질문이다. Feldman의 연구에서 루틴은 5가지로 제시되며, 이 중에서 예산을 제외한 나머지 4개의 루틴이 예시로 제시되는데 이들 루틴 간에는 시계열적으로 겹치지 않는 특성을 갖는다. 입사와 퇴사 루틴은 선후 관계가 존재하고, 채용과 훈련 루틴 또한 입사와 퇴사 루틴에 필요한 인력을 채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4개의 루틴이 동일한 시기에 진행되지 않는다고 가정할 수 있다. 하지만 조직에 따라 중요하다고 인식되는 루틴이 동시에 진행될 수 있으며, 조직에서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루틴과 구성원이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루틴이 다를 수도 있다. 본인이 속해있던 군 조직에서는 예비군 훈련이 조직의 core 루틴이었다. 365일 중 100~150일이 예비군 훈련에 사용되었고, 나머지 일자도 예비군 훈련 물자를 관리하는데 사용되는 부대였다. 따라서 다른 루틴은 조직의 관점에서 periphery 루틴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때 예비군 훈련을 담당하고 있는 동원과는 조직의 core 루틴이 본인의 core 루틴과 일치한다. 반면 정보과장이었던 본인에게 예비군 훈련은 periphery 루틴이었고 정보보안 업무가 core 루틴으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많은 수의 인력이 필요로 하는 예비군 훈련의 특성상 주기적으로 예비군 훈련 통제에 동원되어 자리를 비워야 했고 이는 본인의 core 루틴을 수행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조직학을 다루어본 적은 없지만, 루틴을 core와 periphery로 나누고 조직과 구성원이 속한 루틴에 따라 구성원의 조직만족도 또는 업무성과를 볼 수 있다면 재밌는 연구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