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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리뷰 (조직루틴): Organizational Routines as Grammers of Action (Pentland & Rueter, 1994) 본문

정책과정이론연구

논문리뷰 (조직루틴): Organizational Routines as Grammers of Action (Pentland & Rueter, 1994)

분석가 가온 2023. 10. 7. 07:22

Summary

저자는 루틴이 조직구조와 행동, 조직으로서의 객체와 절차의 조직화를 연결할 수 있는 개념이라고 주장하면서, 기존의 논의들은 이러한 연결(nexus)을 관찰하기보다는 전체를 요약한 측정방식으로 실증분석을 해왔다고 비판한다. 또한, 선행연구들의 개념 정의(인식 가능한 행동 패턴)와 루틴에 대한 특징(반복적, 비인지적 등)들이 루틴 내부의 하부구조를 등한시하도록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기존의 연구에서 도외시된 루틴의 특성을 ‘속성(property)’라고 명명하였다. 이를 분석하기 위해 루틴을 하위 루틴으로 단위를 나눈 후 이들의 시계열적 연결관계를 실증분석하고자 했다.

 선행연구들의 경향을 살펴보면 선행연구는 루틴을 자동화된 반응으로 보는 연구, 루틴을 의식적인 노력의 산물로 보는 연구 두 가지로 크게 양분된다. 루틴을 자동화된 반으로 본 연구는 분석단위를 개인, 그룹, 조직 전체로 나누어서 분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개인과 그룹관점은 각각 루틴을 이미 정의된 자극에 반응하는 개인의 행동, 대안에 대한 숙고없이 정의된 자극에 유사한 행동패턴을 수행하는 그룹의 습관으로 정의하고 있다. 조직단위 분석에서는 루틴을 유전자, 조직의 기억 등 여러 비유에 빗대고 있으며, 조직 내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내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를 명확히 설명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매우 모호하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루틴을 노력의 산물로 보는 연구는 루틴이 전통, 습관, 관습에 기반한다고 해서 루틴이 작동하는 현상 자체를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라는 관점을 배경으로, 루틴화된 행동은 이를 유지하는 누군가에게 작동되어야 하는 대상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서비스 업종에서는 고객과의 상호작용이 많은 만큼 다양한 고객대응이 발생하는데 이에 대한 직원의 다양한 대응을 비인지적, 자동적이라고 표현하기 어렵다. 저자는 이와 같이 루틴에 대한 견해가 크게 양분된 이유를 합리론에 대항한 행동경제학과 사회학의 접근법의 차이에서 찾고자 했으며, 더불어 연구자들이 채택한 방법론(관찰연구는 노력적 산물, 실험연구는 자동화된 반응)에 따라 초점이 맞추어지는 연구대상이 달라지기 때문에 루틴에 대한 관점이 달라진 것으로 추측했다.

 저자는 위 두 관점을 통합하기 위해 문법모형(grammatical model)을 활용했다. 저자에 따르면 조직 루틴은 언어(language), 성과(performance: 한번의 완성된 루틴 반복)는 문장, 하위루틴(sub routine)은 구문론의 성분(명사, 동사 등), 행동(move)은 단어에 비유된다. 저자의 관점에서 특정 행동은 다양한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그 행동이 인식가능한 패턴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행동이 정해진 경계선 안에 있어야 하며, 이러한 것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노력의 산물이 필요로 한다.

 저자가 사용한 데이터는 다음과 같다. 저자는 DBI 소프트웨어 지원팀이 운영하고 있는 24시 고객대응을 분석 범위로 선정했다. 저자는 응대 직원(support specialist)과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면서 질문을 하는 등 참여관찰을 진행했다. 전화를 응대한 기록이 담긴 표본은 1년 간 모인 20,000건 중 21일을 표본추출하여 최종적으로 335개의 표본을 추출했다. 추출된 표본은 논문의 Table 2에 맞추어 코딩되었다. 335개의 표본은 167개의 트레이닝 데이터와 168개의 테스트 데이터로 분리되었고, 트레이닝 데이터를 활용하여 귀납적으로 문법을 개발하고자 했다.

 트레이닝 데이터를 문법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1) 많은 수의 예외, (2) 분석 가능성이 떨어지는 업무, (3) 지나치게 많은 소요로 축약된다. 1번 문제의 경우 동일한 전화의 빈도, 새로운 문제의 빈도가 중요 이슈였다. 동일한 전화는 5건으로 큰 문제가 아니었지만, 새로운 문제의 빈도는 약 43.7%를 차지했다. 또한 고객의 작업환경 때문에 일반적인 문제가 예외적인 문제로 변하는 것도 포착되었다. 2번 문제의 경우 제품의 복잡성으로 인해 문제원인 또는 해결책을 못 찾는 경우가 있었고, 이외에도 문제 자체를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 고객으로부터 충분한 정보를 받기 어려운 경우 등의 문제가 발견되었다. 3번 문제의 경우 하나의 문제에 지나치게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문제가 있었다. 기존 연구들의 관점에서 이러한 데이터는 루틴은 없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저자는 트레이닝 데이터의 코딩 결과에서 20개의 표본을 추출했는데, 5개만이 동일한 패턴을 보였고, 그 외 15개는 전혀 다른 패턴 양상을 보였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자는 가장 적은 수의 규칙을 가지고 많은 관측치를 설명할 수 있는 가상의 문법을 만들었다. 가상의 문법 또는 규칙은 구문론의 성분에 해당하는 것으로 하위 패턴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여러 개의 기호로 표기되었던 절차를 하위패턴과 상위패턴으로 나누어 하위패턴을 상위패턴에 속하게 함으로써 문법을 간결하게 변경하였고 이를 통해 figure 1과 같이 call(전화응대)이라는 루틴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가상의 문법을 가지고 테스트 데이터에 적용한 결과 168개 중 109개(64.9%)가 문법적으로 오류가 없었다. 테스트 데이터는 그 자체만으로 확률분포를 추정할 수 없기 때문에 부트스트랩 방법을 활용하여 테스트 데이터에서 무작위로 추출된 168개의 관측치로 구성된 데이터셋을 100개를 만들어 모수를 추정했다. 이때 완전한 문장의 평균은 9.57개였으며 표준편차는 2.77이었다. 실제 테스트 데이터는 평균보다 35 표준편차 만큼 컸다.

 저자는 실증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분석대상이 보이는 비루틴적 특성에도 불구하고 분석대상이 반복적이며 기능적으로 유사한 패턴을 가진다고 주장했다. 저자에 따르면 DBI 소프트웨어 지원팀은 그들이 갖고 있는 여러 창의적인 해결방안들이 있지만, 주어진 시계열적 절차와 각 절차 내에서 행동의 제약을 받는다. 또한, 각 절차 간에 의존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구성원의 개별 행동은 다시 제한을 받는다. 저자는 이를 제한된 다양성(constrained variety)라고 명명하면서 각 구성원은 비슷한 행동을 반복하지만, 이러한 행동이 꼭 동일하지 않다는 것을 실증분석결과를 가지고 보여주고자 했다. 달리 표현하면, 개인의 행동을 제한하고 있는 여러 절차, 규칙들이 있지만, 데이터에서 볼 수 있듯 이러한 절차와 규칙이 개인의 행동을 결정짓는다고(deterministic) 할 수 없다. 각 구성원이 어느 정도의 인지적 자원을 활용하여 행동을 결정하는 행위가 루틴 내에서 존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문법모형은 다음과 같은 이슈가 있다. 먼저 살아있는 조직을 구문으로 치환한다는 가정이 비판을 받고 있는데 이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의 응답을 코드화하여 사용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는 주장도 공존하고 있다. 다음으로 저자는 루틴의 공시적 구조를 통시적 맥락에서 분리시켰다는 비판에 대해, 이를 통해 특정 순간의 행동패턴을 명로하게 볼 수 있다고 반박했다. 마지막으로 문법 모형은 사회적 삶(social life)을 물건으로 인식하려는 시도로 오해할 수 있다고 언급한다. 하지만 문법(규칙성)은 가능성을 제시할 뿐 개인의 행동을 결정짓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Comments

 저자는 DBI 서비스 지원팀의 데이터를 활용하여 실행적 루틴을 실증분석함으로써 조직 루틴 이론을 확장시키는데 큰 기여를 했다고 할 수 있다(저자는 Latour의 연구를 인용하지도 않았고, 실행적, 명시적 루틴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있지만, 여기서는 편의상 실행적 루틴이라고 칭한다. 저자는 실행적 루틴에 해당하는 단어로 속성, 절차라는 단어를 선호했다). 실행적 루틴에 대한 선행연구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저자는 Giddens(1984)의 연구를 인용하는데, 이에 따르면 루틴의 성격을 갖는 모든 사회적 활동은 루틴이 유지되기 위해 매일 누군가에게 작동되어야 하는 대상(worked at)이다. 반면 명시적 루틴을 강조하는 연구들은 루틴을 살아있는 생명체인 것처럼 묘사하면서 루틴이 자생적으로 유지된다고 가정하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준다. 하지만 루틴은 오히려 작동되어야 하는 객체이지 주체라고 할 수 없다. Pentland & Rueter는 본 연구를 통해 주체로 인정받지 못했던 구성원의 역할을 실증분석하여 오히려 루틴이 왜 주체적으로 작동될 수 없는지를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서비스 지원팀의 예시에서 볼 수 있듯, 전화를 받는 순간부터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과정까지 다양한 문제들이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심지어 새로운 문제로 인식된 전화 건수가 트레이닝 데이터에서 43.7%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이 고객대응은 루틴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일까?

 고객대응은 조직이론을 배우지 않은 사람이라도 루틴이라고 묘사할 만큼 정형화된 절차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Pentland & Rueter는 고객대응을 담당하는 지원팀을 참여관찰하면서 정형화되었다고 하기 어려울 만큼 새로운 문제 또는 예외적인 상황들이 많다는 것을 알아냈으며, 데이터상에서도 20개의 샘플 중 5개만이 일치하는 것을 통해 고객대응이 비루틴에 가깝다는 것을 확인한다. 하지만 Pentland & Rueter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루틴이라는 틀 안에서 기존 연구에서는 홀대를 받은 개인의 주체성과 인지적 자원의 활용, 노력을 살려냈고, 실행적 루틴이라는 개념이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세웠다.

 Pentland & Rueter의 연구가 기발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비루틴적으로 나타나는 분석대상의 데이터를 문법모형이라는 잘 알려지지 않는 기법을 활용하여 루틴임을 증명한 것에 있다. 또한, Routines as Effortful Accomplishments라는 소제목으로 선행연구를 소개할 때를 보면, 여기에 해당하는 연구들이 실제 조직루틴을 연구한 논문이라기보다는 Pentland & Rueter가 주장하고자 하는 루틴의 속성과 절차에 기반이 되는 다른 이론의 논의들을 가지고 온 것을 알 수 있다. 즉, 실행적 루틴이라는 단어가 일반화되지 않았고, 조직이론에서도 루틴 내에서의 개인의 주체성 및 의식적이고 노력이 수반되는 루틴에 대해 연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던 상황이었다. 어떻게 보면 연구자에게 악조건인 상황에서 Pentland & Rueter는 구성원을 모형 내로 끌어들임으로써 비루틴적인 현상을 루틴으로 설명했고, 이것이 Pentland & Rueter의 연구가 기발하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다.

 다만 본 연구에서 아쉬운 부분은 데이터의 검정 부분이다. 데이터를 모으는 과정부터 코딩하는 과정까지를 세세하게 열심히 설명한 것에 비해 무엇을 검정했는지조차 쓰여 있지 않은 것은 큰 아쉬운 부분이다. 부트스트랩으로 확률분포를 만들어낸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주어진 데이터의 분포를 추정한 후 무엇을 검정한 것인지 정확히 서술하지 않고 있다. 원본 데이터의 평균이 35 표준편차만큼 크다는 것은 평균이 신뢰구간 안에 포함된다는 귀무가설을 기각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인데 그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하여 조금 더 서술했다면 보다 좋은 분석결과의 제시가 아니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