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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리뷰 (정책결정론 앨리슨모형): Conceptual Models and the Cuban Missile Crisis (Allison, 1969) 본문

정책과정이론연구

논문리뷰 (정책결정론 앨리슨모형): Conceptual Models and the Cuban Missile Crisis (Allison, 1969)

분석가 가온 2023. 10. 7. 07:42

본 논문은 최초로 앨리슨(Allison)모형을 소개하는 논문으로 저자가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을 정리한 것이다.  


Summary

 저자는 쿠바 사태를 예시로 활용하여 기존 모형들과 차별성을 갖는 관료정치모형을 제시하고 있다. 관료정치모형은 기존 외교 및 국방정책 분석가의 합리모형 가정에 의문을 품으면서 시작된다. 저자는 기존의 외교정책 분석이 합리모형(모형 1)에 입각하여 국가의 결정을 단일체(정부)에 의한 결정으로 보며, 사건의 흐름이 규칙성을 갖고 예층 가능한 것처럼 묘사하는 것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저자는 쿠바 사태 발생시점부터 종료시까지의 개별사건들을 분석함으로써 합리모형(모형1), 조직절차모형(모형2)의 한계를 보여주고, 새로운 모형인 관료정치모형(모형3)의 필요성을 보여주고자 했다.

 합리모형에서 분석가는 국가를 단일체의 행위자로 가정하고 국가의 목적과 의도를 파악한다. 또한, 국가의 행동이 전략적으로 계산된 행동이며, 이익 극대화 즉, 최적화된 행동이라고 가정한다. 따라서 러시아의 미사일 배치 행위는 러시아의 전략적 목적을 이루고, 군사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 미국이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은 아무것도 하지 않기, 외교적 압박, 카스트로와의 비밀 외교, 침공, 공중포격, 봉쇄가 있었다.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봉쇄가 선택된 것은 봉쇄가 침공, 폭격과 같이 지나치게 공격적이지 않으면서도 위협을 가할 수 있고, 최종적인 선택(핵전쟁, 재래식 전쟁 등)의 압박을 흐루시초프에게 넘김으로써 최종선택의 책임에서 미국이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조직절차모형은 국가의 행동을 단일체의 결정이 아닌 SOP에 따른 각 부처의 산출물의 결합으로 인식한다. 각 부처는 조직 내에서 지도에 선을 긋듯 완전히 분리되어있지는 않지만, 고유의 담당 영역이 있고 준독립성을 지닌다. 합리모형과의 큰 차별점은 SOP와 분할된 조직의 특징에서 비롯한다. 조직의 행동은 어떤 상황이 발생하기 전에 이미 만들어진 SOP를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루틴에 의해 행해지고 관리되어지는 조직의 역량이 리더의 선택의 폭을 넓힌다고 할 수 있다. SOP가 없는 새로운 행동을 해야 될 경우 조직이 제대로 된 역량을 발휘할 수 없는 것이다. 둘째, 국가 행동을 결정하는 부처가 다수라는 것은 권한이 분할되어있고, 저자가 표현한 명칭은 아니지만 부처할거주의와 유사한 행태를 보이게 된다.

 조직절차모형에 따라 쿠바사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9월19일 미국 정보위원회는 소련의 미사일 배치 가능성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지만, 당시 미국 ‘시스템’은 이러한 결론이 사실이 아니라는 여러 사실(쿠바에 도착한 소련 대형선박, 다수 미사일을 목격했다는 난민 보고, CIA 정보원의 미사일 목격, U-2 정찰기의 지대공 미사일 지역 공사현장 촬영)을 이미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정보가 여러 이유로 인해 결정 desk까지 올라오지 못했고, 미정보위원회는 틀린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합리모형에서 국가는 단일체이기 때문에 모든 정보를 갖고 있던 국가(미국)가 9월19일 잘못된 결론을 도출한 것을 합리모형으로 설명할 수가 없다. 이 외에, 결정적 증거를 제공했던 10월 14일 U-2 정찰기의 촬영은 기존 일정보다 10일이나 늦었는데, 그 이유가 CIA와 공군의 관할권 다툼에 있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봉쇄 또는 공중폭격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공중폭격이 기존 SOP와 다르게 100% 확실한 미사일 제거가 불가능하자 추후 봉쇄전략으로 노선을 달리했다. 또한, 집행단계에서도 미 해군의 매뉴얼에 따른 대통령 명령 불이행 등이 발생하는 등 조직절차모형으로만 설명할 수 있는 사건들이 발생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관료정치모형은 조직보다 더 하위 단위인 개인에 초점을 두고 있다. 위계적 직위에 따른 정규화된 협상이 이루어진다고 보며, 각 개인은 한 개의 전략적 이슈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내문제에 관여하고, 합리적 결정이 아닌 밀고 당기기의 정치적 결정을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특히 관료정치모형에서 가장 중요한 행위자는 대통령, 장관 등과 같이 상당부분의 재량권과 권한을 갖는 주요 직위자이다. 저자에 따르면 이러한 개인들의 선택이 정부의 결정과 행동으로 나타나며, 국가안보를 가지고 정치협상을 하는 것이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실제 외교, 국방정책은 합리모형과는 다르게 매우 지리멸렬(messy)하다고 서술하고 있다.

 관료정치모형에 따르면 각 개인마다 무엇이 이슈이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가 개인의 위치에 따라 다르다. 즉, 조직에게 중요한 이슈가 해당 조직장에게 이슈로 다가오고, 자신의 조직원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기능과 반하는 선택을 할 수 없다. 합리모형은 개인의 상황과 상관없이 오직 문제와 문제에 대한 해결책에 초점을 두지만, 각 개인은 시간에 쫓기고 새로운 문제와 이슈에 주의를 뺏기게 된다. 따라서 개인은 온전한 해결책보다는 지금 당장 내려야 하는 결정에 관심을 갖게 된다. 결과적으로 반복게임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결과와 실수들의 결합이 정부의 결정으로 나타나게 된다.

 관료정치모형에서 사건들의 흐름과 개인들의 직위, 평소의 신념, 생각 등이 매우 중요하다. 쿠바 사태가 발생한 1962년 10월은 미국 총선을 한 달 앞둔 상황이었고, 쿠바에 어떠한 전략적 무기도 배치하지 않겠다는 흐루시초프 서기장과 케네디 대통령 간의 약속이 있었다. 따라서 소련의 미사일 배치로 인한 케네디의 정치적 타격과 배신감은 매우 컸고, 따라서 최초 케네디는 공중폭격에 더 많은 선호를 내비쳤다. 당시 중요 인사는 강경파에 속하는 국방정보국의 Wright, CIA의 McCone, 합참의장과 온건파에 속하는 McNamara 국방장관, Bundy 국가안보보좌관, 케네디 대통령의 동생 Robert, Sorenson 대통령자문위원이었다. 저자는 각 인물들의 위치(직위)와 기존의 생각, 사건의 흐름에 따른 의견의 변화를 서술하면서 마지막에는 공중포격의 불확실성과 온건파의 연합결성이 대통령의 결정에 핵심적 요인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관료정치모형을 도입함으로써 기존의 연구들이 소홀히 한 외교정책과 관료정치 간의 관계를 내재적으로 설명하고자 했으며, 이를 통해 학계연구와 실제 정책 간의 괴리를 축소시키고자 했다. 결론에서 저자는 정책분석가가 합리모형만을 고려하면 안되며, 완벽한 인과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하면서 합리모형에 기반한 기존의 연구들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Comments

 본 논문은 합리모형이 외교, 국방정책의 적용될 경우 어떠한 특징을 갖고 발현되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인상 깊었다. 저자의 서술처럼, 언론기사, 뉴스, 또는 일상적인 대화에서 우리는 국가를 단일체로 인식하는 경향이 매우 크다. 한국이 이러한 결정을 한 것은 ‘잘 한 것이다’, ‘또는 못한 것이다’와 같이 국가를 사람에 빗대어 사용한다. 이러한 비유가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러한 인식 틀이 우리들의 사고를 매우 제한하게끔 만드는 경향을 갖는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얘기를 하다 보면, 국가에 대해 합리모형의 가정을 적용하고 있는 것을 흔하게 볼 수 있다(본인 또한 공부하기 전에는 그랬을 것이다). 특히 외교나 국방의 경우 주 담당부처가 외교부와 국방부이지만, 주어를 국가 또는 대통령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통상 국가가 또는 대통령은 왜 그걸 몰랐는가?, 왜 그런 실수를 했는가? 라는 비판이 나오는데 이에 대한 원인을 본 논문의 모형2에서 볼 수 있다. 우리는 국가 또는 대통령이 동사무소에서 발생하는 일들까지 모두 알 거라는 착각을 한다. 하지만 1962년 9월19일 미정보위원회의 틀린 판단처럼, 국가의 하위 단위에서 발견한 사실들이 정책결정 desk에 올라오기 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또는, 난민의 미사일 목격 정보와 같이 진실을 판단하기 어렵거나 정보의 양이 지나치게 많아 정책결정자의 주의(attention)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모형1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합리모형의 설명이 예측에서 벗어날 경우 ‘실수(mistake)’라는 단어를 사용한다고 서술하는 부분이다. 사람에 빗댄 이러한 표현은 국가의 결정이 합리적이다라는 것을 가정하고 있다. 단순히 잘못된 정책결정을 ‘실수’로 치부한다면, 국가가 비용편익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단순한 ‘계산 실수’를 한 것이라고 호도할 수 있다. 하지만 모형2와 모형3에서 보여주듯, 국가의 결정은 회귀분석으로 뚝딱 나오는 회귀계수가 아니라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주목할 부분은 저자가 결론에서 베트남전에 모형 3개를 적용하는 부분이다. 저자가 미군의 승리를 당연시했기 때문에(당시 모든 사람들이 그러했듯) 북베트남의 항복 선언이 나오게 될 과정을 모형 3개를 적용하여 분석했다. 북베트남의 항복을 가정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는 모형의 가정이 아닌 상황에 대한 가정이기 때문에 모형의 분석이 틀린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베트남전 패전 원인은 연구자마다 다를 수 있지만, 대체로 동의하는 의견은 남베트남 정부의 부패와 미국의 군사 전략이다. 저자는 모형3에 따라 북베트남의 항복은 북베트남 지도자들의 변화가 발생할 때 온다고 보았다. 하지만 호찌민 사망 이후에도 북베트남의 지도자 계층에서의 변화는 크게 발생하지 않았던 만큼 북베트남의 항복 선언 가능성은 낮았다. 이를 반대로 적용하면, 남베트남은 잇따른 쿠데타로 지도자들이 변했지만, 부패가 답습되어 지도자들의 실질적인 변화가 발생하지 않았고 이는 남베트남의 전력 하락으로 이어졌다. 미국의 군사 전략이 패전의 원인이 된 이유는 모형2를 적용해 볼 수 있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대규모 전면전에 익숙한 작전 루틴을 갖고 있었던 반면, 베트남군은 프랑스와의 오랜 식민지 전쟁을 통해 게릴라전이 루틴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미군이 게릴라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남베트남 정부의 부패가 지속되면서 전쟁은 장기화되었고, 이는 미국 국내 정치에 압박으로 작용하게 되면서 결국 휴전협정으로 이어지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