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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리뷰 (쓰레기통모형에 대한 비평): Recycling the Garbage Can: An Assessment of the Research Program (Bendor, Mode, and Shotts, 2001) 본문

정책과정이론연구

논문리뷰 (쓰레기통모형에 대한 비평): Recycling the Garbage Can: An Assessment of the Research Program (Bendor, Mode, and Shotts, 2001)

분석가 가온 2023. 10. 7. 07:35

Summary

 저자는 조직이론의 주요 이론들이 쓰레기통 모형의 계보라고 할 수 있지만, 쓰레기통 모형의 영향력에 비해 모형에 대한 검정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서술하고 있다. 따라서 본 논문은쓰레기통 모형을 평가하고, 모형의 주장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며, 이어서 쓰레기통 모형의 계보를 상세하게 서술함으로써 쓰레기통 모형의 이론이 신제도주의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저자는 비형식 이론(verbal theory)과 이를 검정하는 모형(computer model)을 구분하고, 비형식 이론이 모형 검정을 통해 형식 이론(formal theory)으로 정립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Cohen et al.(1972)이 비형식 이론과 쓰레기통 모형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고 있으며, 이에 따라 모형이 비형식 이론을 제대로 검정하지 못했음에도 비형식 이론이 발전하여 형식 이론인 것처럼 인식되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쓰레기통 이론이 개인의 선택과 관련하여 어떠한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참여자의 흐름을 통해 개인의 선택을 설명하는 것 같지만, 해당 개념은 자동화된 개인(즉 일정 규칙에 움직이는 개인)보다 약간 나은 수준일 뿐 개인의 동기나 신념은 부재하다. Cohen et al.(1972)이 이후 연구를 통해 모호한 상황에서의 개인의 선택을 설명하려고 하지만, 개인의 선택과 관련된 모든 내재적 요인들이 선택 절차를 통해 설명된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저자는 개인의 속성이 조직의 속성으로 이어지는 블랙박스를 설명할 수 없다고 비판한다. 이어서 저자는 쓰레기통 이론이 개인에 대해 여러 주장을 하고 있지만, 결국 개인의 동기를 설명하지 못함으로, micro theory가 아닌 macro theory에 가깝다고 비판한다.

 이어서 저자는 쓰레기통 이론의 여러 가정들을 반박한다. 먼저 기존 논문이 네 개의 흐름이 독립적이라고 주장하지만, 참가자에 의해 문제와 해결책이 쓰레기통에 들어간다는 비유, 해결책의 정의가 문제에 대한 해답이라는 것 등을 제시하며, 네 개의 흐름들이 독립적일 수 없다고 비판한다. 둘째, 저자는 쓰레기통 이론이 가정하고 있는 조직 구조를 비판하고 있다. 조직이 조직 학습, 적응, 모방 등 조직이 동태적임에도, 이러한 동태성을 외생적으로 주어진 것으로 가정한 것은 쓰레기통 이론에 치명적이며 이에 따라 쓰레기통 이론은 장기적인 변화가 아닌 매우 일시적인 현상을 분석하는 이론이라고 서술하고 있다. 또한, 쓰레기통 이론은 조직화된 무질서를 질서로 전환시킬 수 있는 요인(리더의 선택, 권한, 위임, 통제)들을 이론에서 누락시켰고, 이로 인해 쓰레기통 모형의 핵심 주장들이 성립할 수 있었다고 비판한다.셋째, 저자는 조직화된 무질서의 3개의 가정이 and인지 또는 or인지 저자들이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고 있으며, 각각의 가정들이 갖는 의미 또한 불명확하다고 비판한다.

 저자는 이어서 쓰레기통 모형의 계보를 설명하면서, 조직행태론은 제한된 합리성과 조직 구조를 연결하여 개인의 제한된 지식과 인지적 자원으로 인해 개인은 조직루틴과 다른 프로그램화된 절차들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고 주장하며, 이러한 개인의 선택도 의도한 합리적 결과라고 서술하고 있다. 하지만 쓰레기통 모형은 개인이 의도적으로 합리성을 갖는다는 것과 합리적 선택이론의 모든 가정을 부인하며, March & Simon이 설명하고자 했던 구조와 절차를 외생적인 것으로 간주했기 때문에, 쓰레기통 이론이 제한된 합리성의 결과물이라고 보는 관점은 잘못된 시각이라고 비판한다.

 다음으로 저자는 원 논문에서의 시뮬레이션 절차를 설명한 후 비형식 이론과 시뮬레이션의 괴리를 보여주고자 한다. 먼저 저자는 쓰레기통 이론이 개인의 인지, 지능 등을 사용한다고 가정하고 있지만, 시뮬레이션에서의 개인은 에너지를 보유한 객체로만 묘사되며, 선택 기회를 참여함에 있어서 목적과 동기가 없다고 비판한다. 또한, 이론이 무질서, 카오스, 모호한 상황을 가정하고 있는 것과는 반대로 시뮬레이션에서는 참여자와 문제가 명확한 규칙에 의해 움직이는 등 매우 질서정연하다고 주장한다. 이어서 조직화된 무질서의 3가지 가정과 접근구조, 결정구조를 비교하여 결과적으로 3가지 가정이 성립되는 상황은 접근구조와 결정구조의 9개 조합 중 두 개 모두가 미분화된 구조인 1개의 경우만 해당된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두 구조가 미분화된 경우에 한하여, 시뮬레이션의 스케일을 모두 절반으로 줄인 후 3가지의 에너지 소요 유형 별로 검정하면서 비형식 이론과 시뮬레이션 결과의 차이를 비판한다. 저자는 시뮬레이션에서 모든 참여자가 다 같이 이동하는 것을 확인하였고, 이를 통해 시뮬레이션이 무질서가 아닌 규칙적인 동태성, 정연한 의사결정을 증명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문제와 참여자가 없는데도 선택이 되어지는 상황(고스트 에너지: 진빼기), 문제가 없음에도 참여자의 존재로 선택이 되어지는 상황(날치기)은 어불성설이라며 비판한다.

 이러한 결과를 종합하여 저자는 첫째, 원 논문에서 문제해결(problem resolution)이 일상적이지 않다는 주장은 모형의 인위적 가정 때문에 발생한다고 비판한다. 날치기, 진빼기 모두 문제가 없는 상태, 즉 진공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결정이기 때문에 애초에 날치기, 진빼기와 문제해결을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둘재, 참여자와 문제가 서로 축적한다는 주장 역시 시뮬레이션의 규칙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서술한다. 에너지 갭이 적은 곳을 선택한다는 가정 때문에 문제와 참여자가 인위적으로 함께(pack) 움직이는 것이며, Cohen et al.(1972)이 이에 대해 어떠한 설명도 하지 않음을 비판한다.

 저자는 비형식 이론과 시뮬레이션 결과의 괴리를 밝혀내면서, 정당성이 없는 속성과 주장이 쓰레기통 이론으로 둔갑해버렸다고 주장한다. 즉, 잘못 설계된 모형의 결과를 왜곡되게 해석하여 가설을 증명한 것처럼 만들어버렸고, 이에 대한 비판이 이루어지지 못한 상황에서 모형과 이론이 융합되어버렸다고 서술하고 있다. 이로 인해 쓰레기통 이론은 반박되지 못하는 이론이 되었고, 이로 인해 더 이상의 발전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쓰레기통 이론의 논리는 1976년의 Ambiguity and Choice 저서와 1984년의 신제도주의 논문으로 이어지게 되는데, 저자는 이와 같은 계보가 오히려 Simon-March의 전통인 제한된 합리성을 이어가지 못하고 개인의 선택과 관련된 모든 가정들이 버려졌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제한된 합리성을 합리적 선택이론의 연장선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Ambiguity and Choice의 논의들이 합리적 선택이론 안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지속적으로 저자가 주장하듯, 쓰레기통 이론이 micro foundation을 갖고 있지 않고 이를 내생적으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합리적 선택이론의 개인의 선호에 대한 가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쓰레기통 이론이 과학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비형식 이론을 꾸미고 장식하기보다는 더욱 엄밀한 모형을 통해 인과관계를 검증해야 한다고 서술하고 있다.

 

 Comments

 본인은 Bendor et al.(2001)의 의견에 상당 부분 동의하지만, 지나치게 비판적이거나, 꼬리잡기식 비평, 모순적인 주장 등이 있어 이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한다. 먼저 저자는 이론이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어떤 것은 외생적으로 주어지고 어떤 것은 내생적으로 설명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쓰레기통 모형이 가정하고 있는 모든 외생적 가정에 대해서 비판을 가한다. Cohen et al.(1972)이 설명하듯 쓰레기통 모형은 모든 조직 결정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행태를 묘사한 것이 아니라 조직화된 무질서 상태에서 발생하는 선택을 가정하고 있는데도, Bendor et al.(2001)은 쓰레기통 모형이 모든 의사결정에서 사용되는 모형인 것으로 오도하고 있다.

 비슷한 맥락으로 Cohen et al.(1972)이 조직의 동태성을 배제하고 정태적 상황을 외생적으로 가정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하고 있다. 물론 저자의 말처럼 동태성을 외생적으로 간주할 경우 March와 Simon의 주요 연구였던 조직과 절차(조직학습, 적응 등)를 모형에 포함시키지 못하는 한계가 있지만, 애초에 쓰레기통 모형의 관심사가 정상적인 상황에서의 조직학습이 아닌 조직화된 무질서 상태에서의 의사결정과정을 분석하는 것이라면, 이는 비판의 대상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또한 네 개 흐름의 독립성에 대한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드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동의한다. 이는 Cohen et al.(1972)이 자세한 설명을 누락시킨 것에 기인한다. 특히 날치기, 진빼기에서처럼 문제가 없이 선택이 이루어지거나, 문제와 참여자 모두 없는데 선택이 이루어지는 것에 대해 자세한 설명이 없다. 본인 또한, 현시점의 다른 연구들을 참고하지 않았다면 날치기와 진빼기를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주장하듯 쓰레기통 모형에 Micro foundation이 부족하다는 것은 공감한다. 개인이 있지만, 개인의 동기와 신념은 누락되어있고, 개인의 동기가 선택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설명하지 못한 채, 선택이 개인의 동기를 설명한다는 의미가 되어버렸다. 쓰레기통 모형에서 참여자는 에너지를 보유한 객체이면서 자동화(에너지 갭이 가장 적은 선택의 기회로 이동)되었다는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 있지만, 개인의 행동을 실증연구하기 위해서는 자동화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는 어쩔 수 없으니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이 아니라 오히려 자동화되는 규칙들의 다양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시에는 기술의 한계로 할 수 없었던 다양한 규칙들을 Agent Based Model 등의 모형을 활용하여 적용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기술의 발전이 있는 만큼 정교한 규칙들의 조합을 통해 micro foundation을 구축하고 검정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만큼 단순히 1972년의 쓰레기통 모형을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모형을 통해 쓰레기통 이론을 검정할 수 있을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 위와 같은 맥락에서 정책네트워크, 거버넌스를 분석, 검정할 수 있는 방법론을 잘 구축한다면 최근 정체되어있던 정책의사결정과 집행이론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쓰레기통 이론의 mircro foundation 구축이 이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맥락이라 생각한다.

 

 본 논문에서 정확하게 간파하기가 어려웠던 부분은 저자가 갖고 있는 합리성에 대한 관점이다. 저자가 제한된 합리성을 합리적 선택이론의 연장선으로 보는듯하면서도 제한된 합리성이 합리적 선택이론과 배치된다는 관점을 제시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매우 혼란스러웠다. 적어도 본인이 이해한 바에 따르면 Simon, March 등이 연구한 만족모형과 회사이론은 합리적 선택이론의 기본 가정(개인이 완벽한 선호를 갖고 모든 정보를 갖고 있으며, 가장 효율적인 선택방식에 따라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을 거부한다. 따라서 이들은 만족, 학습, 모호성, 적절성 등의 개념을 활용하여 개인 및 조직의 결정을 이해하는데 초점을 두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논의가 합리적 선택이론에 기반한다고 보는 Bendor et al.(2001)의 서술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논문을 읽으면서, 모형의 실증분석이 이론과 상당히 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쓰레기통 모형의 비형식 이론이 지금처럼 발전한 것은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다. 아마 모두가 동의하듯, 쓰레기통 모형의 비형식 이론이 갖는 매력적인 설명력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최초 논문이 발간되었을 때 모형을 검정하기 어려웠던 이유도 있었을 것이고, 지금껏 본인처럼 이를 검정하려고 노력하지 않은 연구자들의 잘못 또한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안모형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저평가되지 않았으면 한다. 대안모형이 어려운 이유는 개인의 선택을 내생적으로 설명하고자 하기 때문에 기인하는데, 개인의 동기, 신념, 이상 등을 실증연구하는 것이 어려운 것은 개인의 마음을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Simon, March, Cohen 등은 만족, 적응, 적절성 등의 개념을 활용하여 설명하고자 했고, 쓰레기통 모형은 이를 최소한으로 검정하려고 했던 노력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쓰레기통 모형에 대한 Bendor et al.(2001)의 검정을 통한 비판과 과학적 이론으로 발전하기 위해서 비형식이론의 인과관계가 검정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도, 대안모형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연구자들의 노력이 단순히 비판의 대상으로 인식되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