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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리뷰 (정책결정론 전망이론): 전망이론을 통해 본 북한의 핵 정책 변화: 제1, 2차 북한 핵 위기의 분석 (황지환, 2006) 본문

정책과정이론연구

논문리뷰 (정책결정론 전망이론): 전망이론을 통해 본 북한의 핵 정책 변화: 제1, 2차 북한 핵 위기의 분석 (황지환, 2006)

분석가 가온 2023. 10. 10. 00:32

Summary

 저자는 국제학 주류이론인 현실주의와 자유주의가 북한 핵 위기 사태에 대한 설명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지적하며, 전망이론을 통해 북한의 외교정책을 설명하고 향후 행동을 예측하고자 한다. 본 논문에서 저자가 주로 사용하는 전망이론의 개념은 준거점, 준거점에 따른 위험성향, 현상유지 경향, 선호의 역전이다.

 저자는 먼저 가설을 설정한 후 1994년부터 2002년까지의 일련의 핵위기 사태를 시기별로 구분하여 검증을 시도한다. 가설A1은 현상유지 정책으로, 북한 정권이 대외적 상황을 손실로 인식할 경우 이를 복구하기 위해 더 위험감수적인 핵 정책을 취할 것이라는 것이다. 가설 B1은 극단적인 손실이 확실시 될 경우 위험회피적 정책을 취할 것이라는 것이다. 가설 C1은 국내 상황을 손실로 인식할 경우 이를 복구하기 위해 더 위험감수적인 핵 정책을 취한다는 것이다.

 제1차 핵 위기는 1989년 ~ 1994년까지, 제2차 핵 위기는 1995년부터 2005년까지로 시기를 구분할 수 있다. 북한은 1990년까지 대내외적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소련 붕괴와 더불어 90년대 초반 소련과 중국이 한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하면서 외교적으로 고립되는 양상을 띄게 되었다. 저자는 이러한 상황과 더불어 1990년 이후 소련과 중국의 북한에 대한 지원이 감소하면서 북한의 국민총생산이 급감함에 따라 북한은 해당 상황을 손실구역으로 규정했고, 위험감수적인 핵정책으로 귀결되었다고 주장한다(가설 A1에 해당).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을 탈퇴하고 연료봉 제거를 하는 등 극단적인 정책을 펼치자 미군의 군사적 행동에 대한 논의가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이와 중에 소련과 중국은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의 제재 조치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자 북한은 더 심각한 외교적 고립에 빠지게 되었다. 저자는 미국과의 전면전이라는 극단적인 손실이 확실하게 발생할 것으로 인식하고, 이에 따라 북한이 유화정책으로 선회했다고 주장한다(가설 B1). 가설 A1과 B1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국내 상황이 어느정도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하는데, 북한이 내부적인 경제난을 겪고 있던 것은 맞지만 체제의 붕괴를 가져올 정도의 수준은 아니고 독재정권이 통제할 수준이었으며, 1994년 김정일로의 안정적인 권력승계가 이를 반증한다고 주장한다.

 제2차 핵 위기는 1994년 6월부터 2005년까지의 시기로, 북한이 유화정책으로 돌변한 이후 약 5년간 유례없는 협력관계를 유지한다. 하지만 2001년부터 시작된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책과 2002년 10월 제네바 합의의 붕괴로 북한은 이익 구간에서 손실 구간으로 회귀하게 되었다. 특히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통해 미국의 전면전 가능성을 인식한 북한은 더욱 현 상황을 손실로 판단했고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더 큰 위험적인 핵 정책을 채택하게 되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당시 북한의 국내 사정을 보면, 1995년부터 고난의 행군 시기를 겪으며 체제 붕괴위기의 가까운 상황에 직면했지만, 1995년부터 2000년까지 대외적으로 주변국과 우호적인 관계에 있었기 때문에 북한은 이를 이용하여 대외원조를 얻어냈고, 이를 이익구간으로 인식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는 북한 국내정치의 안정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피력하면서 대북한 외교정책의 시사점으로 (1) 극단적 손실구간에서의 강경정책과 (2) 이익 구간에서의 유화정책이 효과적인 것을 제시한다. 각각의 정책에는 물론 한계가 명확하지만, 전망이론을 통해 기존 주류 이론이 설명하지 못했던 북한의 행동을 파악할 수 있고 보다 나은 예측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Comments

 

 McDermott가 경고한 동어반복의 문제가 본 논문에서 고스란히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위험의 수준이 A<B<C라고 할 때, B와 C는 A보다 위험하고 C는 B보다 위험하다고 주장하는 것인데, 이에 대한 판단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비판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똑같은 전면전을 1차 위기에서 북한은 확실하고 극단적인 손실로 인식하는 반면 2차에서는 극단적인 손실이 아닌 단순 손실로 인식한다. 본문에서 주장하듯 북한의 대내적 상황이 안정되었다고 가정했을 때, 북한의 손실은 대외적인 위협이라고 할 수 있다. 대외적인 위협 중 극단적인 손실로 인식할 수 있는 것이 필패가 자명한 미국과의 전면전인데, 1차 위기와 2차 위기에서 전면전 위험이 시기별로 어떻게 달랐기 때문에, 북한이 1차에서는 극단적 손실로 보았고 2차 위기에서는 단순 손실로 보았는지 설명하지 않고 있다. 상황 맥락으로 보았을 때, 대통령이 민주당이면서 유화정책을 유도했던 클린턴보다, 집권초기부터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명명한 공화당 출신 대통령 부시의 전면전 위협이 더 컸을 수 있다. 또한, 당시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여 이라크 침공을 감행한 상태였고, 본문에서도 언급하듯 북한 또한 침공당할 수 있다는 위협을 북한 지도부가 인식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렇다면 2차 위기에서의 전면전 위협을 극단적 손실로 인식하고 1차 위기에서처럼 위험 회피적 행동을 취해야 했는데, 그러하지 않았고, 저자는 이에 대해 논리적인 설명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국내상황에 대한 묘사에서도 이러한 양상은 비슷하다. 1차 위기 때인 1990년대 초반에 북한의 국민총생산은 10% 하락했고, 1993년에는 노동당 중앙위원회가 7년 경제계획이 실패했다고 시인하면서 식량부족과 기아로 폭동이 몇 차례 있었다고 묘사하고 있으며, 2차 위기 때인 1995년 가을 이후 북한은 홍수, 가뭄으로 최대 300만 명이 기아로 사망했다고 묘사하고 있다. 이 때 강조를 두는 부분이 경제성장률과 300만 명 사망이라는 수치인데, 1차 시기의 국내 상황의 위험수준을 사후적 결과인 김정은의 안정적인 권력승계로 판단하고 있다. 동일한 방식으로 현재 통계청이 보유하고 있는 북한통계를 통해 1차, 2차의 북한 국내 상황을 사후평가하면 다음과 같다. 북한통계를 살펴보면 1993년부터 1998년까지 북한의 조사망률은 꾸준히 비슷한 규모로 증가해오고 있었다(1993년 5.9, 1994년 7.0, 1995년 8.0, 1996년 9.4, 1997년 10.8, 1998년 11.3, 이후 2020년까지 9에서 11 사이의 수치를 기록하는 중). 즉 고난의 행군이라고 불리는 시간 이전부터 북한의 사망자는 점차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었다. 경제성장률을 살펴보면 1차 위기 때인 1992년 –7.1%로 가장 큰 하락을 겪었고, 그다음으로 높은 하락세는 1997년 –6.5%로 경제성장률의 경우 오히려 1차 위기 기간 때 더 큰 하락을 겪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두 지표가 상반된 상황을 보여주듯 두 가지 지표만으로 북한 내부의 붕괴위험을 판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제, 국내 상황 모두 어떠한 상황이 다른 상황보다 위험하다는 것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일련의 기준이 필요하며, 이러한 기준이 없이 저자의 판단만으로 위험 수준을 결정한다면, McDermott가 표현하듯 동어반복적인 오류를 범할 수밖에 없다.